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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 칸트

내이름은 점박, 대장 고양이를 소개한다

by 칸트네 2021.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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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

명실상부 이 동네 대장 고양이다.

대장고양이인지 아닌지는 몸크기와 얼굴크기,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가끔 도무지 고양이 같지 않고 아저씨 한 명 잡아먹은 듯이 사람 눈빛을 보내는 때가 있다.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모르는 성묘 수컷 고양이가 이 동네에 놀러왔다가 점박이를 마주치면, 점박이는 여기는 왜 온거냐며 아주 썽을 낸다. 

어디선가 우에에에에에에응!!! 하는 소리가 난다면 그건 점박이와 다른 고양이가 기싸움하는 모습이다.

이상하게 점박이가 누군가를 줘패는 걸 본 적은 없는데, 모르는 고양이에게 꺼지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모습은 꽤 봤다.

 

웃긴 게 생긴 건 저렇게 깡패 같아도 목소리는 아주 하이톤이라는 점이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예쁘다. 이래서 온리 원 러브 짤비에게 애교를 부릴 때 내는 목소리는 정말 고양이를 홀리고도 남을 듯이 예쁘다. 

 

싸울 때도 저렇게 하이톤으로 싸운다. 원래 목소리가 예쁜 듯. 그래서 다른 고양이 싸움 영상에서 본 진짜 찢어지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 

점박이는 대장 고양이답게 여기저기 아주 많이 싸우고 다니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귀 끝도 찢겨져 있고, 귀 자체 색도 원래는 고등어 색인데 하도 많이 찢어져서 귀 자체가 흉터 투성이다. 

고양이끼리는 목덜미를 물고 싸운다던데 진짜 톡에서 귀로 이어지는 부분에 털이 모조리 빠져있다. 다 싸워서 털이 뜯기거나 살이 뜯겨 새 살이 돋고 있는 모습이다. 

 

점박이는 고양이가 모계사회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고양이다.

점박이는 암컷 고양이에게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다. 특히 점박이가 너무 좋아하는 짤비에게는 아주 귀여운 애교 목소리만 낼 뿐이고, 다 양보하고 기다리고, 짤비 하고 싶은대로 짤비가 가면 따라가고 먹으면 기다린다. 

짤비뿐만 아니라 다른 암컷 고양이인 헤겔에게도 점박이는 서로 코인사를 다정하게 한다. 고양이 사회에서 코인사는 서로 적대감이 없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코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점박이가 암컷 고양이에게는 배타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면 수컷 고양이에게는 어떻느냐? 

무조건 배척. 무조건 경계.

만약 수컷 고양이라면 누가봐도 여리여리한 고양이라도 여기 대장은 자신임을 항상 과시한다. 치즈 수컷들이 밥 먹고 있는데 온 점박이는 치즈랑 눈이 마주치면 "에우우웅!" 하는 소리를 내고, 이를 들은 다른 치즈 수컷들은 듣자마자 도망간다. 우리동네 치즈 수컷들은 하나같이 대장감이 아니다. 그냥 도망간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싸우지들 말아라. 니네 내가 좀이따가 싹 다 중성화 할거다)

 

점박이는 유독 치즈수컷 고양이를 아주아주 눈엣가시로 여기는데 사실 우리동네는 치즈고양이들이 원래 살던 동네였다...ㅎ 굴러들어온 건 점박이인데 굴러들어온 지 꽤 되어서 이젠 박힌 돌이 되었다.

 

이렇게 치즈 수컷이라면 무조건 뭐라고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점박이는 애기 치즈들에게는 관대하다. 지금 점박이를 피하는 치즈 수컷들도 옛날에 애기고양이였을 때는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가서 머리 콩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그러든가 말든가 신경도 안 쓰다가 이 고양이들이 성묘가 다 되어가자 경계하고 자신이 여기 대장임을 과시하드라.

 

대장 고양이들은 대부분 그렇게 그루밍을 잘하지는 않는다. 

밥장소는 귀신 같이 다 찾아서 잘 먹고 다닌다.

그루밍을 잘 못하는 이유는 그루밍할 시간에 자기 구역을 죄다 순찰하면서 누가 왔다갔는지 체크하고 내쫒느라 시간을 다 써서인 것 같다.

 

만약 당신이 길가다가 어떤 예쁜 고양이를 보았다? 그 고양이가 털도 깔끔하더라? 하면 내생각에 그 고양이는 대장고양이는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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